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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기계들을 괴롭힌 스프링의 품질 by 천하귀남

최근 본 책중에 세계 최초의 자동권총이라던 보하르트 권총의 도면이 있더군요. 헌데 보하르트 권총이 안팔리게 된 근본원인인 뒤의 툭 튀어나온 뭉치 부분에서 보이는 스프링이 참 거시기 하더군요.
해당 문제는 후계작인 루거 권총에서 손잡이에 내장된 스프링을 활용하면서 바뀌게 됩니다.

지금이야 의외로 간단한 변화다 하겠지만 저 시절에는 정말 골때리는 문제중 하나가 항상 일정한 힘을 내고 오래 사용 가능한 스프링입니다. 

일단 스프링을 만들 적절한 강철이 문제입니다. 당대에는 탄소 함량이 높은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에서 탄소를 적절하게 빼내는 기술이 없어 선철을 크게 휘저어 공기를 섞어 탄소를 이산화 탄소로 빼내야 합니다.(퍼들로 공정) 이러면 탄소 함량이 낮은 연철에 가까운 연강이 만들어집니다. 이건 스프링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무릅니다.


다음 공정은 이렇게 나온 연강을 석탄과 함께 가열해 연강 표면에 탄소를 흡수시킵니다. 거의 열흘까지도 가열해야 일정량의 탄소를 흡수해서 느리긴 해도 탄소 함량 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철은 어디는 탄소가 많이 들어가고 어디는 덜 들어가면서 울퉁불퉁하고 제일 깊은 곳은 탄소가 덜 들어갑니다. 이걸 다시 두들기고 접어 펴는 과정을 거쳐 균일화 해야 합니다.


다만 1740년에 시계기술자인 벤자민 헌츠먼이 코크스를 대량으로 사용해 도가니에서 주철과 연철을 섞어 강철을 뽑는것이 가능해 집니다. 이 도가니 가열 과정역시 코크스가 등장하고 효율좋은 수차나 증기기관의 송풍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강철을 만들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수백Kg이 한계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런데... 이 난리를 치게 된 근본 원인은 철의 품질을 측정하거나 성분 분석의 기술이 미비했기 때문입니다. 제일 기본일 경도 측정은 표준 방법이 20세기에 거의 나왔습니다. 이전에도 방법이 있었겠지만 불규칙하고 단점이 많아 제대로된 측정이 어렵습니다. 여기에 품질을 어찌어찌 재도 왜 이렇게 되는지를 몰랐습니다. 철의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 미비했고 직접적인 성분분석은 못 되도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한 편광현미경을 통한 결정구조 확인도 1870년 이후에 흔해진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분을 알아도 이걸 빵반죽 처럼 마음대로 성분비를 조절 가능하게 되는건 한참 걸리지요. 이건 20세기에나 완전 해결됩니다.

이러니 수많은 물건이 스프링 때문에 고통 받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가 초기 증기기관입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18세기에 나왔지만 피스톤에서의 증기 누출을 완벽하게 막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초기 증기기관은 증기가 너무 많이 생성되면 폭발하는 문제가 심했습니다. 미국의 초기 증기선에서 해가 갈수록 출력이 늘고 늘어난 출력으로 인해 폭발시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원인입니다. 한번에 수백명이 날라가더군요. 또 트레비식의 증기기관차 첫 모델도 불 끄는걸 잊고 운행 축하 잔치를 하다가 터져 버렸다고 하지요.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존 램스보톤입니다. 스프링을 이용해 피스톤 링을 압착시키고 역시 스프링을 사용한 안전밸브를 만들어 일정 압력을 넘으면 과압을 빼내는 발명을 했습니다. 이 이전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었지만 이 무렵부터 시장에 일정 수준의 스프링이 공급되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1854년에 피스톤링을 1856년에 안전밸브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스프링강은 대량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많아도 수백Kg단위의 도가니에서 생산되었고 나오는 도가니 마다 품질도 들쑥날쑥하니 가격도 비싸지요. 이런 고급강이 대량으로 나오려면 19세기 후반의 전기로나 지멘스 마르탱 평로법이 나와야 합니다. 베세머 전로는 처음 실용화된 1850년대에는 품질이 일정치 않아 대부분 연강생산에 활용되었습니다. 강을 본격 생산하는건 2차 대전도 끝나 순수 산소를 쓰는 LD전로가 실용화 되면서 라고 합니다.

참고로 지금은 전기로를 활용해 고급강 생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녹은 용탕에 고주파 자기장을 걸어 생기는 유도열로 용탕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성분 조절이 가능합니다.

여하간 스프링 관련 기술들을 보다 보니 수많은 다른 분야가 엃히고 설키면서 가야하니 바로 바로 결과가 나오지 못합니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매우 빨라졌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

덧글

  • 홍차도둑 2019/11/22 18:49 # 답글

    소재공학이라는게 참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 소재 자체가 명인들의 손에 달려있던 시대가 있었으니까요.
  • 천하귀남 2019/11/23 17:27 #

    19세기가 참 그런면에서 재미있습니다. 경험이나 직관을 기록과 원리의 연구로 풀려나가던 시절이니까요.
  • 무지개빛 미카 2019/11/22 19:18 # 답글

    스프링... 저 놈 때문에 20세기 초에 탄창의 가격이 총보다 비싸게 될지도 모른다고 벌벌 떨던 사람들이 참 많았죠.
  • ChristopherK 2019/11/22 21:50 #

    그래서 거꾸로가는 탄창을 만들었습니다.
  • 천하귀남 2019/11/23 17:28 #

    코일 스프링 마음놓고 쓰는것이 저 시절에는 매우 어려웠나 합니다.
  • 에르네스트 2019/11/22 19:35 # 답글

    뭐 그래서 나오는 말이 현대에 현대강철로 제현한 중세시대 검을 그시대로 가져가면 신이 내려주신 보검취급 받을거라는 이야기도....
  • 소시민 제이 2019/11/22 20:29 #

    파인애플 아미에서도 보면 조상이 감춘 명검이라고 찾아보니 알루미늄 검이었다는 에피소드도 있었죠.
  • 천하귀남 2019/11/23 17:29 #

    인장강도 같은 부분에서는 정말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더군요.
  • 소시민 제이 2019/11/22 20:31 # 답글

    스프링으로 욕본게 저 보어하르트에서 루거로 넘어가는 거 말고도.....

    일본제 11년식 기관총이 있더랬죠.

    난부 할베는 탄창식으로 만들라 했지만, 일본 꼰대들이 아니 탄창 스프링 값이 얼만줄 알아?! 라며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게.....
    (뭐 지금은 이게 오히려 유니크 아이템이 되어서 경매가 최고가를 찍지만요.)
  • 천하귀남 2019/11/23 17:30 #

    아 그 기름칠하는 기관총이군요. 정말 골때리는 설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가 독립을 했으니 참 다행입니다.
  • ChristopherK 2019/11/22 21:50 # 답글

    그야말로 요즘 제련 기술은 속된말로 "쩔죠"
  • 천하귀남 2019/11/23 17:32 #

    과거에 비해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경도측정이 20세기 기술이라는 부분은 정말 놀랍더군요.
  • RuBisCO 2019/11/23 11:16 # 답글

    21세기인 지금도 중국에 주문하면 이상한 똥철이 배타고 오는 일이 흔하죠
  • 천하귀남 2019/11/23 17:34 #

    중국 핵 발사 스위치의 품질은 제대로 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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